[스페이스K] 장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랜드마킹 : 장소의 사회학展>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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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그리고 우리, 그 유기적인 관계에 대하여

스페이스K_과천 '랜드마킹 : 장소의 사회학展'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는 과천을 비롯해 서울, 광주, 대구에서 전시,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K 언제나 재미있고 독특한 소재로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할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으니까요. 관심있는 분들은 스페이스K 홈페이지와 전시장에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은 스페이스K_과천에서 4월 23일까지 진행하는 '랜드마킹 : 장소의 사회학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장소를 매개로 현대사회의 일면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금혜원, 김주리, 김홍식, 박진아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데요. 이들은 공공장소를 비롯해 도심의 지하 등 도시공간의 면면을 조망한 회화, 조각, 사진 작품 36점을 선보입니다.





네 명의 작가는 각각 쓰레기 처리 시설, 70~80년대 대량 생산된 주택, 대형 미술관, 그리고 공항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이면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장소에 대한 기성의 개념을 색다른 시선으로 넓혀갑니다.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도심 속 장소들은 현대인들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물적 증거이자 좌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랜드마킹: 장소의 사회학展>은 장소의 사전적 정의와 기능에서 벗어나 우리 시대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오늘의 ‘그곳’을 새롭게 랜드마킹 할 것입니다.





1. 금혜원 작가의 랜드마킹 : 쓰레기 처리 시설


금혜원 작가는 거대한 도시가 양산해낸 부산물을 소화하는 쓰레기 처리 시설을 사진으로 담은 연작 <Urban Depth>를 선보입니다. 섬세하게 치장한 도시의 외피와 대조적으로 은폐된 지하에서 쉼 없이 가동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시설은 벗겨진 피부 아래의 배관과 골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냉기를 뿜어냅니다. 급속하게 성장한 사회에서 우리가 영위하는 만큼 다른 한 켠에서는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도시의 동력 구조를 포착한 작가의 시선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2. 김주리 작가의 랜드마킹 : 70~80년대 보급형 주택


김주리 작가는 70~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구조가 체계 없이 뒤섞여 있는 보급형 주택으로 은유합니다. 작가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한 이 가옥 형태를 고운 흙을 사용하여 벽돌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완성이 되면 물을 부어 바닥부가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붕괴하게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은 위태롭게 기울어버립니다. 흙과 물의 결합으로 지어지고 다시 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은 수요 충족을 위해 공급에 급급한 나머지 일거에 대량생산되었다가 결국 또 다른 시대의 요구에 굴복한 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도시의 불안정한 변화 과정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3. 김홍식 작가의 랜드마킹 : 미술관


김홍식 작가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관의 광경을 금속판 위에 새기는 작업으로 현대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현대인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미술관의 풍경은 유려한 문화와 역사의 당위성을 표출하기 위해 권위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특수한 장소성을 통해 소통이라는 명목 아래 개입된 권력을 들추어냅니다. 미술관에서 보전되는 유산들이 집단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공공의 교육적 역할을 앞세워 절대적 지식인 것처럼 기능하는 오류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현대인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과 읽기 방식에 대한 반론이기도 합니다.





4. 박진아 작가의 랜드마킹 : 공항


박진아 작가는 공항의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한 후 회화로 담는 연작을 선보입니다. 여행객들의 경유지이자 지역의 상징이기도 한 공항은 장엄한 규모와 수많은 이정표 등의 비일상적 요소들로 다른 장소가 대체 할 수 없는 특수한 장소성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공공 시설이 요구하는 질서와 제도를 따르는 여행객들은 여행을 앞둔 설렘보다는 긴장된 분위기와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고도로 갖춰진 시설과 시스템에 압도된 듯 온기를 잃은 회색 빛과 반사된 바닥 면을 과장되리만큼 부각시킨 구도의 설정으로 작가는 공항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행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장소에 대한 작가들의 색다른 시선이 어떠셨나요? 어쩌면 우리는 '당연'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우리 삶의 다양한 연결들을 보지 못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매일 다니는 지하철역, 살고 있는 집 등 삶의 공간을 새롭게 랜드마킹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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