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밤샘 주의! 읽다보면 빠져드는 소설들
결말을 알기 전에는 놓을 수 없는 책들
‘뭔가 재미있는 거 없을까?’하며 재미난 일들을 찾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체력 방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리모컨을 붙잡고 하염없이 TV 채널을 돌리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여보죠. 하지만 이 ‘재밌는 것’에 대한 욕구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은 것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습니다. 무언가 몰입했을 때 오는 쾌감, 다 읽었을 때의 만족감이 모두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먼저 읽고 재미를 보장할 수 있는 소설들만 골라봤습니다. 읽다보면 빠져드는 소설들, 결말을 알기 전에는 놓을 수 없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1. 히어로보단 빌런, 공주보단 마녀다! 디즈니의 악당들 -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왕비는 이제 백설공주에게 그런 일을 해줄 것이다. 왕비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평안함을 느꼈다. 왕비와 왕은 여린 꽃처럼 섬세하고 예쁜 백설공주와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백설공주를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 (27쪽)
언젠가부터 빌런 마니아들이 생겼습니다. 착한 주인공이 아닌 악당이 주인공이 된 영화가 개봉하기도 하고, 빌런으로 알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빌런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가 소설로 다뤄지기도 하죠. <디즈니의 악당들>도 바로 그 빌런들이 등장하고 빌런들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꿈과 사랑, 희망만을 말하는 디즈니의 명작들에는 주인공을 빛나게 한 악당들이 있습니다. 백설공주를 빛나게 했던 계모, 인어공주를 빛나게 했던 바다 마녀가 바로 그들이죠. 그들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반대편에 선 악당들로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이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시작하죠. 왜 계모는 백설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고, 바다 마녀는 에리얼의 목소리와 영혼을 빼앗았는가!
동화의 프리퀄에 해당하지만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한 권의 완벽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과 비슷합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 낮아진 자존감,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 분노와 증오까지. 1권만 읽으려 시작했다가 3권까지 읽을 수밖에 없어지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2. 70세 생일이 지나면 무조건 죽어야 합니다 70세 사망 법안, 가결 - 가키야 미우 지음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 (9쪽)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끔찍할 것 같은, 그러면서도 왜 이 법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 것 같은 소설이 있습니다. 70세가 되면 법적으로 무조건 죽어야 하는 법이 가결되고, 그 이후에 불어닥친 사회적 혼란과 한 가정의 변화를 그린 소설 <70세 사망 법안, 가결>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충격적입니다. 한 나라에서 70세가 되면 무조건 30일 이내에 죽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고 가결된 것이죠. 그런 법안이 나오게 된 이유는 바로 저출산 고령화입니다. 일을 하고 세금을 내야 할 젊은층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인은 많아지다보니 연금제도는 붕괴되고, 국민 의료보험은 바닥이 나죠. 그러니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70세 이상이 되면 죽음을 통해 인구를 통제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리고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의 이 문제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병든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며느리, 모두가 나의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이 느끼는 병든 시어머니의 입장, 자기도 회사 생활하느라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못해봤으니 이제라도 하고 싶다는 남편의 입장, 내가 왜 할머니 병수발까지 해야 하냐며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나간 딸의 입장까지.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모두가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3. 불행을 타고난 죽을 운명의 아이 네버무어 -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커버스가 모리건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억지로 꾸며 낸 듯 어색한 자세로 부성애를 연출하는 동안, 몇몇 지역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며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신문 1면감이긴 하지, 모리건은 생각했다. 죽을 날이 다가오는 딸과 비탄에 빠질 날을 기다리는 아버지라니, 부녀간에 이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 (58쪽)
호주 작가 제시카 타운센드의 소설 <네버무어>. 해리포터를 잊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새로운 판타지 세계관을 만들고, 곳곳에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가득 넣어,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매력적인 주인공까지! 해리포터 이후에 재미난 책을 찾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입니다.
원터시 공화국에서 이븐타이드에 태어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븐타이드는 한 연대를 마감하는 날로 그날 태어난 아이는 저주를 받아 다음번 이븐타이드에 죽음을 맞이하죠. 이 저주받은 아이는 살면서 주변에 불행과 재앙을 몰고 온다고 알려져 국가에서 따로 관리합니다. 그 아이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모리건 크로우.
모리건은 열한 살 생일날 죽어야 하지만 이븐타이드가 시작되는 날 그녀 주변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모리건의 모험담이 시작되는데 워낙 술술 읽혀서 2권 분량이지만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현실 탈출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
4. ‘아디’ 또는 ‘애덤’이라는 불리는 자는 누구인가 귀신나방 - 장용민 지음
"과연 내 제안은 진실일까? 전 세계 최고의 의사들도 구하지 못한 네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
어리고 맑은 휘슬러의 눈동자에선 묘하게도 아무런 깊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 해답은 바로 내 정체에 달려 있다. 과연 나는 누굴까, 밀턴 프리드먼?"
죽음을 앞둔 밀턴이 휘슬러의 푸른 눈 속으로 빨려들었다. - (272쪽)
소설은 한 소년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 오토 바우만이라는 남자가 열일곱 살 소년을 살해합니다. 소년은 좋은 집안 배경 속에 자라온 소년이었으며 그날도 조용히 공연을 즐기던 중이었죠. 경찰은 대체 왜 이 남자가 열일곱 소년을 살해했는지 그 동기를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오토 바우만은 사형을 선고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죠.
사형 집행 사흘을 앞둔 어느 날, 오토 바우만은 갑자기 특별 면회를 요청합니다. 한때 잘 나갔던 기자였지만 지금은 글을 쓰지 않고 있었던 기자죠. 오토 바우만은 기자와 만나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과거 ‘아디’라는 불리는 자를 쫓았고, 그것 때문에 사형수가 되었는데 그 속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탄탄한 스토리와 탁월한 집필력으로 한국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작가 장용민의 신작 <귀신나방>. 이 소설은 역사 속 ‘만약’이라는 가정에 참신한 상상력을 더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디’와, 역사와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빠져들면 어느새 결말에 도달해 있는 책입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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