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경험의 궤도(Art as Experience)’
코오롱 문화 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에서 새로운 기획전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채효원입니다.
코오롱 문화 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에서 새로운 기획전 ‘경험의 궤도(Art as Experience)’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관계와 상황이라는 사회적 토대 위의 동시대 예술을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본 이번 전시에는 김윤섭, 범진용, 신준민, 이윤희 4명의 작가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한 분씩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신준민 작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대구에서 페인팅과 회화 위주로 작업하고 있는 신준민이라고합니다. 주로 일상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이 표현하시는 일상의 풍경은 하천이나 산책로 등 평범한 곳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산책하러 무심히 집 옆 산책로를 걸은 적이 있어요. 밤이 되니까 자전거, 풀벌레, 물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풍경을 보면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복합적인 요소와 감각들을 느끼기 시작하다 보니 한 번 갔던 곳을 여러 번 가게 됐습니다. 비 올 때도 가보고, 낮에도 가보고. 어느 순간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더 자주 가면서 화면상 색채 등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산책 풍경, 골목, 하천 등을 그리기 시작한 건 2년 정도 됐습니다. 특정 장소로 한정 지으려 했던 건 아닌데 최근에는 하천을 많이 그렸네요.
Q. 소재는 평범하지만 화법이 독특하게 느껴졌는데요. 작가님만의 표현 방식이 있으신가요?
A. 그림을 그릴 때는 풍경을 찍어온 뒤 흑백 이미지로 바꿔 작업합니다. 컬러로 보면 현실의 풍경을 저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느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감각적인 색채로 담아내고 싶어서 흑백 사진을 보며 새로운 색채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여러 번 찾아갔던 장소가 겹쳐지다 보니까 미지의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낮과 밤의 이미지도 겹치고요. 결과적으로 지금의 다채로운 색감이 만들어졌습니다.
Q. 전시 작품 중 관람객들이 유심히 봐주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A. ‘산책’이라는 작품입니다. 원래 작업할 때 무겁게 접근을 많이 했는데 최근 귀여운 요소를 많이 넣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못 알아보더라고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강물에서 놀고 있는 오리, 자전거 타는 사람들, 게이트볼 치는 아저씨, 짖고 있는 강아지 등 여러 풍경이 숨겨져 있습니다. 찾는 재미가 있죠. 이런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보면 산책로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처음으로 나름 재미 요소를 소심하게 넣어봤습니다. (웃음)
이윤희 작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대전에서 작업하고 있는 이윤희입니다. 도자기로 ‘소녀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문학작품을 소재로 작업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작품인가요?
A. ‘소녀의 여행’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단테의 ‘신곡’을 읽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작품의 방향과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단테의 여행이 소녀의 여행과 주제나 스토리가 비슷해서 차용했습니다.
Q. 단테의 신곡에 참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A. 작품의 내용이 엄청 방대하잖아요. 그래서 작업할 때 전체 내용을 담기 보다 감명 깊게 보았던 특정 장면을 중심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신곡을 보면 ‘교만한 사람들은 돌을 지고 다닌다’,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은 몸에서 연기가 난다’ 등의 이야기가 나와요. 이런 장면들을 저만의 방식대로 새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스페이스K에서 벌써 3번째 전시를 하셨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A. 도자기다 보니까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요. 보통 연 초에 작업 계획을 하는 편인데요. 작품을 기획하고 완성하는데 보통 1년 정도가 걸려요. 스케치하고, 원형을 만들고, 건조하고 굽고 또 굽고. 인내의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작품을 한 번에 작업하고 있어요.
김윤섭 작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청주와 천안에서 주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는 김윤섭이라고 합니다.
Q. 이번 전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본인만의 경험을 어떻게 담아내셨나요?
A. 저는 작업 활동을 하면서 '작가는 예술을 신앙으로 삼은 순례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회화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요. 제가 받아들이는 물감의 물질적 특성과 삶의 역경 같은 것들을 은유해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Q. 그래서 <순례자 시리즈>가 탄생했군요. 조그 더 자세한 이야기를 소개해 주실래요?
A. 순례자 시리즈는 자칫 진부한 은유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다른 맥락에서 시작됐습니다.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지적 허영심에 들뜬 작가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때 많이 방황했습니다. ‘예술이 진정 저런 엘리트들의 허세라면 안 해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세대를 거슬러 예술이 가진 힘은 늘 세상을 밝혀왔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한 예술가들을 순례자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예술의 기본이 되는 장점과 표현의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전시 작품 중 관람객들이 유심히 봐주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A. ‘반 고흐의 출현’이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작품에서 반 고흐를 회화의 아이콘, 상징의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회화의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예술가의 삶에 투신한 사람이 반 고흐입니다. 저는 예술가가 자신의 이상을 쫓아가는 순례자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보는데요. 반 고흐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겠더라고요. ‘이 사람은 정말 진지하게 살았구나’ 라고 느껴졌어요.
작품 ‘반 고흐의 출현’은 ‘현대 미술에서 회화는 지금 어떤 지점일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반 고흐가 현대 미술에서 구세주 또는 좀비처럼 보이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범진용 작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범진용입니다. 버려진 장소를 주제로 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Q. 여러 장소 중에서 구석진 곳을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많은 게 싫어서 주로 조용한 곳으로 산책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 순간 이것을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원을 지겹게 생각하거나 구석진 곳은 뭔가 황폐하고 어두운 공간으로 바라보지만, 그곳에서도 생물들은 잘 자라고 있어요.
Q. 작품의 대상이 되는 장소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A. 작품 초기에는 익숙한 곳을 주로 다녔는데, 풍경이라는 주제가 뚜렷해지면서 더 많은 곳을 찾아다니게 됐어요. 인터넷 지도에서 사전에 길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주로 야산이나 버려진 공원 등을 찾는데요. 야산, 폐허와 같이 험난한 곳일수록 재미있고 멋있습니다.
최근 강화도에 우연히 갔다가 어느 야산을 발견했어요. 이제 막 지어진 펜션 한, 두 채 밖에 없는 곳이었는데, 그 넓은 땅에 베어진 나무 토막들이 쌓여있는 모습이 정말 강렬했습니다. 죽은 나무인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이 장면을 담은 것이 가장 최근 작품입니다.
Q. 전시 작품 중 관람객들이 유심히 봐주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A. 몇 년 전부터 작품의 소재가 풍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우'라는 작품을 작업하면서 제 시선이 풍경으로 옮아갔기 때문에 제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조우’를 그릴 때는 스트레스도 안 받고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마치 살풀이하듯 그렸습니다.
여러분은 평소 전시회를 많이 다니시나요? 사실 저는 많이 다녀보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작가 분들을 만난 김에 작품 감상법을 한번 여쭤봤습니다.
신준민 & 이윤희 작가, "처음 보는 그림, 저도 잘 몰라요"
신준민 : 다른 작품들을 볼 때 의미 파악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림을 세심히 보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화면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에 집중하다보면 그림의 이야기가 보이는 거죠.
이윤희 : 모든 작품을 이해하면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잘 보면 되요. 그림이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 좋아하는 취향이 생기잖아요? 그것처럼 미술도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에 관련된 다른 작품들이나 작가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신준민 & 이윤희 : 우리도 미술관가면 관심 없는 장르는 스쳐지나갑니다. 주변 친구들이 무슨 의도냐고 물어보면 “나도 모른다”고 답해요.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자신의 방식대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윤섭 & 범진용 작가,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것만 생각하세요”
김윤섭 :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어떤 느낌이었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재미있었을까? 고통스러웠을까? 처럼요. 담론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보세요.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범진용 : 느낌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람객들이 와서 무엇이든 느꼈다면 그건 성공한 전시입니다. 불쾌하든 좋든 말이죠. 느낌을 꼭 잊지 마세요.
Q. 전시회에 가면 작품을 소개하는 설명이 있잖아요. 먼저 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
김윤섭 : 작품 소개는 어느 정도 살이 붙어서 나온 것입니다. 내용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그림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모든 것을 언어로 규정지을 수 있다면, 왜 그리겠어요? 언어로 모두 표현할 수 없어서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범진용 :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보다 보는 사람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느낌에 충실해 보세요.
김윤섭, 범진용, 신준민, 이윤희 작가의 작품은 6월 29일까지 스페이스K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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