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읽었나요? 요즘 'HOT'하다는 그 책!
요즘 뜨고 있는 화제의 도서 모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강 읽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내 작가로서는 큰 상을 수상했기에 엄청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도 앞서지만, 그의 수상이 더욱 뜻 깊은 이유는 그 덕분에 많은 이들이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서점가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잊고 있었던 소설 읽기의 즐거움, 인문학적 사유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 등 그야말로 전 국민이 독서의 참맛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거죠.
요즘 서점가에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영화화로 주목 받는 책,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불러 모은 젊은 역사학자의 인류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 일련의 사회적 흉악 범죄를 다루며 무서운 작가로 꼽히는 작가의 신작 소설, 끊임없이 제기되는 갑질 문제 등에 일침을 가하며 다시 한번 인간의 품격을 강조하는 책 등이 그것입니다.
어딜가나 화제로 떠오르는 핫한 책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기회에 만나보세요. 책 읽기의 즐거움과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안겨줄 것입니다.
1. 영화 <아가씨>보다 더욱 짜릿한 원작소설 :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
"네가 런던에서 새로 온 내 하녀로구나! 수전이라고 편하게 불러도 될까? 네가 브라이어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수전. 나도 좋아했으면 좋겠고."
영화 <아가씨>의 원작소설로 다시 주목 받는 소설 <핑거스미스>. 레즈비언 역사 미스터리로 알려진 <핑거스미스>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대표작으로 18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당시 런던 뒷골목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사회를 면밀하게 그려내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맨부커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작품입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만만찮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추리소설로서의 흡입력과 탄탄한 스토리에 반전과 문학성까지 두루 갖춘 소설이라 할 수 있죠.
이 소설의 주인공은 런던 뒷골목 랜트 스티리트에서 장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석스비 부인과 입스 씨 집안에서 자란 수, 런던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마을 브라이어에 살고 있는 장서에 미친 릴리 씨의 세살 물정 모르는 순수한 질녀 모드, 그리고 이 두 여자를 교묘하게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하는 리처드 리버스, 주로 젠틀먼이라 불리는 남자입니다. 젠틀먼이 수에게 릴리 씨 집안에 모드의 하녀로 들어가 일할 것을 제안하고, 모드 양의 재산을 모두 빼앗은 뒤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킬 계획을 세우죠. 그렇게 일이 진행되지만 사실은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의 1차 반전입니다.
영화는 바로 그 반전까지 원작소설을 따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화를 봤더라도 챙겨볼만 하죠. 그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반전은 수와 릴리 두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으니까요. 영화는 영화 나름의 달콤함이 있지만 소설은 달콤함 보다 씁쓸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런던 뒷골목의 배경이나 어린 그녀들에게 닥치는 시련이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거든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날 지켜봐. 눈을 감지마. 그리고 내가 죽은 뒤 나에 대해 견디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생각하렴."
2. 지금 세계는 이 젊은 역사학자를 주목한다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당신은 이 책을 사랑할 수밖 에 없다" -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저자
"수렵 채집인이던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를 이루었는지 알려주는 인류 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135억 년 전 빅뱅으로 물리학과 화학이 생기고, 38억 년 전 생명체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이 발전하여 인류는 지금의 문화를 만들었죠.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저 변방의 유약하고 보잘 것 없는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금 지구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인류는 지배자의 운명을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는 무엇이며 그것에 대해 인류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던 이스라엘 학자가 이 거대한 질문에 한 권의 책으로 응답하며 전 세계 출판계와 언론이 들썩였습니다. 바로 지난 달 방한하여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입니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출간 즉시 제레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 석학들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의 추천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국내에도 발행 7개월만에 13만 부가 넘게 팔리며 최근 드물게 인문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놀라운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은 인류의 탄생을 시작으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쳐 진화해온 인간의 역사를 생물학, 경제학, 종교학,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공지능의 역사까지 담아냈습니다. 또한 발전 과정의 결정적 역할을 한 촉매제로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 등을 지목하죠. 재미난 발상과 탄탄한 이론이 뒷받침되어 놀라운 통찰을 담아낸 <사피엔스>. '전 세대가 공감하고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포부처럼 전 세계, 전 세대가 읽고 있는 책입니다.
"전 세계 모든 지역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할지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3.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 :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혜원이는 선언하듯 말해버렸다.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정유정의 3년만의 신작 <종의 기원>. 이 소설은 그동안의 책보다 한층 더 '악'에 가깝게 다가가며 주인공 한유진에게서 '악'의 기원을 찾습니다. 한유진은 16년 전 아버지와 형을 의문의 사고로 잃고 엄마와, 친구이자 양자 형인 해진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한유진이 피 냄새에 잠을 깨며 소설은 시작하죠. 기억나지 않는 지난 몇 시간, 그리고 온 몸이 피로 뒤덮이고 거실에 살해당한 채 쓰러져 있는 엄마. 그때부터 한유진은 혼란에 빠집니다. 엄마는 어떻게 살해당했고, 왜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는가!
이 소설의 플롯은 비교적 단순한 편인데,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무시무시합니다. 사이코패스 유진의 시점에서 그의 내면의 변화와 사이코패스적 사고의 흐름만으로 만만치 않은 분량의 이 소설을 지루할 틈 없이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소설은 유진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본능에 충실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때로는 뛰어난 면모까지 보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악인의 모습이 출현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그려냈습니다. 또 유진의 엄마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사이코패스는 타고 나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담아냈습니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종의 기원>. 최근 사회적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이코패스 범죄와 늘어나는 정신분열증 문제를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다면 더욱 의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내 관심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프로이트에서 정신병리학으로, 뇌과학에서 범죄심리학으로, 진화생물학에서 진화심리학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때의 '특별한 악인'을 종종 떠올리곤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유진'이 수정란의 형태로 내 안에 착상된 셈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4. 물질만능 시대에서 인간의 '품격'을 지키는 법 : <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자신에 대한 평가가 현격히 높아진 것과 더불어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구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명성은 우선순위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1976년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나열하라는 질문을 했을 때 명성은 16개 항목 중 15위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젊은 사람들 가운데 51퍼센트가 유명해지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목표라고 답했다."
'성공'은 20세기 후반부터 시작해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모두가 쫓고 선망하는 가치였습니다. 물질 우선, 능력 우선주의적 문화는 남들보다 빨리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자기계발서를 열독하며 그 어떤 가치보다도 '성공'을 우선시 하게 했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를 권하는 이른바 '빅 미'의 시대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빅 미'의 가치는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짓밟혔고,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만연해졌으며, 외적인 것만 중요시하는 문화는 우리의 영혼을 파괴했습니다.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갑질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죠.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풍자적 문체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바로 여기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는 이제 '빅 미'가 아닌 '리틀 미'로 돌아가야하며 '리틀 미'가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고 존경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말합니다. '인간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요.
<인간의 품격>은 세속적 가치에만 방점을 둔 도를 넘은 오늘날의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 인간으로서 지켜야하는 품격을 강조합니다. 겸손, 절제, 헌신 등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대의를 중시할 줄 알고, 더 큰 목적을 위해 욕망과 본성을 절제할 줄 알고, 주변의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가치는 필요성을 넘어 그렇게 인간의 품격을 지켜내는 자가 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가요? 지도자들이 열독한다는 이 책으로 인생의 가치관을 새롭게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몇몇 인물들이 어떻게 해서 강인하고 굳건한 인격을 일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책이며, 수세기에 걸쳐 그들이 자신의 중심을 강철처럼 벼리고, 현명한 마음을 기르는 데 적용해 왔던 사고방식에 대한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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