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스토리] 내 단골 바텐더는 로봇(Robot)이다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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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골 바텐더는 로봇(Robot)이다

로봇이 바꾸는 미래의 식생활





오늘도 퇴근이 늦었다. 거의 매일이 야근이라 몸이 피곤해 집에 들어가지만, 오늘은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늘 가던 웨스턴 바로 발길을 돌린다. 바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늘 앉던 익숙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바텐더에게 이야기한다.


'늘 마시던 걸로'.


그리고 얼굴을 들어 바텐더를 봤다. 바텐더 눈이 파란색 LED 로 반짝 거리며 작은 모터 소리와 함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 마시던걸로' 칵테일을 대령한다.



우습게도 이것은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닥치고 있고, 또 다가올 일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클래식 바. 싱글몰트 위스키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곳에 새로 들어온 바텐더 '카보(Cabo)'가 이번 주제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몸값이 무려 2억 원에 달하는 이 친구의 주 업무는 '아이스카빙'이다. 아이스 카빙이란 송곳이나 칼 등으로 사각형의 얼음을 동그란 아이스 볼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 기술은 숙련된 바텐더임을 인증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런데 제작 기간 8개월 만에 탄생한 카보는 손님 앞에서 이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보인다.  





앞으로 음식점의 아르바이트는 로봇이 곧 대체할 것이다. 일본의 테크 기업 소프트뱅크는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의 아르바이트 파견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고용하고자 하는 사장님은 4시간 정도 페퍼를 공식 채용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매장 판촉이나 접객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은 로봇 페퍼의 시급이 약 1만 5천 원으로 일본 최저 시급인 7천 원보다 두 배 가량 많지만, 누적판매대수는 1만 개를 넘어 서고 있다. 그동안 투자 단계였다고 한다면 이제 페퍼의 수익이 기대할 수준에 곧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페퍼의 초창기 구매자들은 우리가 잘 아는 커피 제조업체 네슬레,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 마스터카드 등이다.


네슬레는 커피 메이커 판매를 위해 페퍼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영업점에 넣었다. 엘리 릴리는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페퍼가 병원 방문자를 상대로 환자의 특정 상태(골절 여부 등)를 알아보는 시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마스터카드는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피자헛 점포에 페퍼를 시범적으로 운영해서, 주문과 결제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점에는 능숙한 로봇 요리사가 등장할 예정이다. 요리하는 로봇 팔 '몰리(Moley)'는 로보틱 키친(Robotic Kitchen)이다. 가격은 겨우 160만 원에 불과 하지만, 시연 영상을 보면 그 능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이 로봇의 원리는 사람이 실제 요리하는 모습을 스캔하고 그대로 학습하여 적용된다. 두 개의 휴머노이드 팔과 촉각을 인지하는 지능을 사용하여 메뉴를 요리하는 셰프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급 호텔에 가지 않더라도 저렴한 비용에 일류 요리사들의 손맛을 느낄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몰리의 상용화는 올해라고 하니 음식점 창업하는 사장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7 월, 독일 카를스루에의 FZI(Forschungszentrum Informatik) 정보기술연구센터에서 개발한 브라트부르스트 봇(BratWurst Bot)은 2000명이 넘는 가든 파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한다. 고객의 철저한 주문을 받아 요리를 했고 식사를 제공했다.





집집마다 화단을 키우는 집들이 많다. 지금까지 관상용이 주를 이루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서 DIY로 조립하듯, 간편하게 개인 경작지를 갖게 될 것이다. 팜봇(Farmbot)이라 불리는 이 로봇은 주문을 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립할 수 있는 키트 형태로 배달이 된다. 그리고 설명서 대로 설치를 하고 나면 끝이다. 이제 기호에 맞게 설정을 한다. 스마트폰 소셜 게임 팜빌과 같이 상추, 봄동, 양파 등 어떤 채소를 먹을지 선택하면 끝이다. 그러면 팜봇이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토양의 성질에 따라 관리한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팜봇'이 재배한 채소를 '페퍼'가 수확하면, 집에 있는 '몰리'에게 늘 먹던 걸로 요리해달라고 말만 하면 된다.

자! 이제 로봇들에게 명령할 준비가 되었는가?



현웅재

現 (사)푸드테크협회 준비위원회 사무총장. 웹 서비스기획과 소셜웹에 대해 연구하며 IBK기업은행 소셜미디어를 총괄했다. 《모바일 인사이트》, 《게이미피케이션, 세상을 플레이하다》을 공저했으며, 유수의 기업과 공공 기관에서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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