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장재민 작가의 시선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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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스페이스K_과천 <LAND.IN.SIGHT>展 장재민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박예담입니다!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풍경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특별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그 풍경을 다시 찬찬히 바라본다면 그것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우리가 놓치는 풍경에 주목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 장재민_Line and smoke_oil on canvas_112.1x145.5cm_2014



장재민 작가가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은 영상 작업을 할 때의 경험 때문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을 주로 찾아다니던 그는 우연히 총알 자국이 빼곡한 굴다리를 발견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장소는 노근리 학살 현장이었던 것이죠. 그 이후 장재민 작가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으로 바라보던 배경을 이야기를 가진 대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풍경은 배경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그러다가 노근리에서 풍경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죠. 그러자 제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였어요. 그곳의 소리, 냄새, 장소에 담긴 사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후 그는 풍경을 캔버스에 옮겨 담기 시작했습니다. 배경으로서의 풍경이 아닌 주인공으로서의 풍경을 말이죠.


"3년 전부터 ‘풍경이 기억하는 사건’이라는 주제로 국도 여행을 다녔어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외곽 지역을 주로 찾았는데, 서울 근교의 낚시터나 충북 단양, 백령도 등 어릴 때 개인적인 기억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짧게는 하루 이틀 머물며 장소를 사진에 담았죠. 그곳의 풍경이라고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풍경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 장소를 그 지역만의 이야기와 특수성을 잘 알고 있는 하나의 목격자로 대했습니다. 장소가 기억하는 풍경과 제가 모르는 시간 속의 사건, 그리고 감정을 화면에 담아보기로 한 것이죠. 찍은 사진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며 제 감정과 기억이 풍경에 덧입혀졌습니다."



장재민_수상좌대 #2_oil on canvas_130x162cm_2015



장소에 담긴 이야기, 감정, 심지어 후각과 청각적인 인상까지 보이지 않는 것을 장재민 작가는 어떻게 화폭에 옮길 수 있었을까요?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세 가지 기준점은 있어요 어릴 적의 어렴풋한 기억, 그 장소의 사진, 제가 마주하는 캔버스가 기준이 되어 그 공백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죠. 저는 제가 온전히 그 장소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공백을 채워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그리고 그래야만 '대상 재현'이 아니라 그 기준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요."





그의 작품에 회색조의 어두운 톤이 많은 것은 과거를 상기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시공간의 의미는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 너머 '바깥' 풍경을 그리지만 그는 '이곳'에서 바라보고 있듯, 시공간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인 것이죠.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작품 중 일부는 벽에서 분리하려고 합니다. 주로 대형 작품에서 하는데요. 벽에 붙어있으면 벽의 시공간과 작풍의 시공간이 같아집니다. 이 작품도 단을 세워 작품의 시공간을 분리했어요. '어느 전시의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니라 그 장소의 시공간이 온전하게 보전되길 바라기 때문이죠. 관객에게도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고요."



장재민_잔교_oil on canvas_130x162cm_2015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화하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하는 장재민 작가. 그의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했습니다.

 

"요즘에는 인공 구조물에 눈이 많이 가더라고요. 기존 작품들이 자연을 이야기했다면 앞으로는 인공적인 구조물에 담긴 이야기를 그릴 것 같아요. 그렇다고 기념비적인 것을 그대로 묘사하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 백령도의 천안함 위령비 앞에 섰던 적이 있는데, 제가 그리고 싶은 건 위령비가 아니라 그 위령비가 바라보는 풍경이었어요. 이처럼 기회가 된다면 상징적인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바라보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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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4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저는 이번 인터뷰에서 같은 세상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놀라웠는데요. 세상을 바로보는 새로운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4월 29일까지 스페이스K_과천에서 진행하는 <LAND.IN.SIGHT>展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장재민 작가가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여러 작품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그가 캔버스에 표현한 다양한 감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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