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de] 낙하산 줄로 행복을 엮다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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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줄로 행복을 엮다! 

'국내 거주 난민 싱글맘의 자립 지원 낙하산 팔찌 프로젝트’ 참여자 유스라 씨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오래전 새문안 동네의 식당으로 운영되던 건물들이 문화공간으로 새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에서 운영하는 RE;STUDIO가 있는데요.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만날 주인공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떠밀려오듯 한국으로 오게 된 그녀의 삶이 각박하고 불행하리라는 괜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오해였습니다. 우리를 맞이하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씩씩하고 화사해서, 첫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편견은 사라졌습니다. 누구보다 강하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유스라입니다.

  




유스라 씨는 국내법상 인도적체류허가자(G-1-6)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인도적체류허가자는 난민불인정을 받은 사람 중 고문이나 비인도적 박해를 받거나, 혹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소지가 인정이 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충적 지위입니다.


이라크에서 남편과 아이 셋을 돌보며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남편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다가 정부 관계자들에게 잘못 보이면서 그때부터 박해가 시작되었는데요, 호주로 피신을 가는 도중 한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유스라 씨와 아이들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한국에 남게 되었습니다. 다섯 식구가 함께 지낼 날이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생활.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낯선 한국 땅에서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3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는 정신없이 한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유스라: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는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말도 못해요. 문화도 몰라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한국 사람들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유스라 씨 어디 아파요?’ ‘유스라 씨 뭐가 필요해요?’ ‘유스라 씨 내가 도와줄게요’. 너무 고맙고 기뻤습니다.

   




유스라 씨가 Re;light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국내 거주 난민 싱글맘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낙하산 팔찌 프로젝트(이하 낙하산 팔찌 프로젝트)'를 소개받았을 때도 흔쾌히 수락했던 것은 Re; light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낙하산 팔찌 프로젝트'는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의 끈이 되어주는 낙하산의 산줄을 업사이클링한 팔찌를 그녀만의 색깔로 만들어 정식 상품으로 런칭하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7월 1일에 런칭파티가 열리면 유스라 씨는 이제 진짜 디자이너가 됩니다.


유스라: '팔찌 만들어 볼래요?'라고 물었을 때 좋다고 했어요.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팔찌를 만드는 일이 아주 즐겁고 좋습니다. 


그녀가 만든 초록색 팔찌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유스라 씨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따뜻한 초록색이 떠오릅니다. 자신에게 보여준 호의와 관심을 고맙게 여기며, 이곳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스라 씨의 다른 팔찌는 밝은 오렌지색인데요. 제목은 ‘가족’.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언젠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유스라: 지금 저는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을 잘 견디고, 이겨내면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요.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요. 저는 늘 기도하고, 또 저 스스로 힘을 내라고 말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난민의 상황을 너무 슬프게 비추는 매체를 보면 속이 많이 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스라: 보면 난민 모습은 늘 울고 있어요. 슬퍼 보여요.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지금 행복해요. 앞으로 다 잘될 거라고 믿어요.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 모두 걱정하지 말아요. 


유스라 씨는 앞으로 한국어도 더 열심히 배우고, 팔찌도 더 열심히 만들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그녀에게 난민이 된 지금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에게 시련은 곧 지나갈 일이니까요. 낙하산 실로 만든 팔찌가 행복으로 가는 희망의 끈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아랍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유스라 씨. 그녀의 바람대로 곧 가족이 함께 모이고, 아랍어를 가르치며 한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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