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든 소설들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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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테라피]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든 소설들

나에게 용기를 가져다 주는 도서 모음




어떤 분야의 책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소설은 고를 때 더 많이 신경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읽었는데 재미없거나, 다 읽었는데 무슨 내용이지 모르겠거나, 결말이 애매모호하면 대체 난 무얼 위해 이 시간을 들여 이 두꺼운 책 한권을 읽은 것인가 허무함이 몰려오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검증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저자 프로필, 수상 여부, 책 문안 속에 쓰여진 책의 소재들까지 읽어 본 뒤에야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죠.


그런 여러분들의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최근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재미있는 소설들만 추려봤습니다. 만만찮은 분량이긴 했지만 소재도 신선했고, 스토리텔링도 흥미진진했고, 결말도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죠. 재미있는 소설 책을 찾고 있으세요? 이 네 권의 책 중 하나를 골라보시죠!



1. “책에서 시작하는 추리, 책으로 밝혀지는 놀라운 이야기”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미카미 엔 지음



"전 오래된 책을 좋아해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안에 담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 (62쪽)


고즈넉한 어느 마을, 그곳에서는 오래된 고서점인 ‘비블리아 고서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크게 눈에 띄는 모습이 아닌지라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곳이죠. 이 헌책방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시노카와 시오리코. 청순한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여성입니다. 



고우라 다이스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유품 중 책에 대한 감정을 받기 위해 이 고서당을 떠올립니다. 할머니가 남긴 책은 바로  <나쓰메 소세키 전집> 전집. 일본에서는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라 어떻게 보면 너무 흔한 책이라 이 책을 유품으로 남긴 할머니가 의도가 궁금했던 다이스케는 고서점 주인 시오리코와함께 할머니의 이야기를 추적하기 시작하죠. 



이 책에는 고서점을 중심으로 ‘책’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단편인듯하지만 묘하게 연결되고, 장편이라 하기에는 어느 곳을 열어 읽어도 즐길 수 있는 소설이죠. 이 책은 시리즈가 7권에 달할 정도로 마니아를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비블리아 고서당 이야기를 시작해 보시죠!


2. “사랑에 빠지자 그가 말했다. 자신에겐 스토커가 있다고” :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리안 모리아티 지음




"나한테 스토커가 있어요."

잠시 동안 앨런은 패트릭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토킹하는 전 여자 친구라니, 그런 건 괜찮아. 스토킹이라니, 흥미로운걸.

음, 사실 스토킹이란 건...  (22-23쪽)


엘런에게는 이제 막 호감을 갖게 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예정이었죠. 아마도 오늘은 고백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들뜬 마음으로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다 어딘가를 다녀오더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자며 그녀에게 얘기합니다. "나한테는 스토커가 있어요."



최면치료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사랑하게 된 남자에게 있는 스토커의 존재라는 소재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소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이 소설은 15년간 살아온 남편의 비밀이라는 매혹적인 주제로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꼽힌 <허즈번드 시크릿>의 저자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입니다. 이번 소설 역시 이야기꾼다운 그녀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특히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복잡 미묘한 심리 게임이 도드라지는 소설이죠.



자꾸만 신경쓰이는 내 남자의 스토커의 존재, 신경을 넘어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 엘런. 그녀는 어쩌다 한 남자에게 집착하게 되었는지, 스토커의 존재 속에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키워나가게 될지, 600쪽이 넘는 소설이지만 술술 읽히는 몰입감과 후반부로 가며 밝혀지는 이들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에 금방 읽게 되는 책입니다.



3.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나요?” :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비프케 로렌츠 지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차고 문이 벌컥 열리면서 우리 반 친구들 몇명이 우리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누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민망한 사건 'Top 10'을 얘기해달라고 하면 이 사건은 여전히 1위에서 25위까지 몽땅 차지하고 있다. 

(42쪽)


찰리는 말 그대로 '막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부모님 몰래 대학도 때려치웠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남자는 모두 만나며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술집으로 편지 한통이 날라옵니다. 바로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초대장. 하지만 찰리는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지낸 14년의 시간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학창시절 찰리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많았습니다. 첫사랑 남자와 민망한 사건을 겪은 뒤 버림을 받은 일도 있었고, 무슨 깡이었는지 경찰과 싸운 적도 있었죠. 친구들도 온통 엘리트 자제들 뿐이라 가난했던 찰리는 묘하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겨우 그 시절의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악몽이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한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미스터리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바로 '당신의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것.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찰리, 그런 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만 없어진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우고 싶은 기억, 없애고 싶은 과거를 하나쯤 품고 사는 우리들을 혹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입니다.



4. “똑똑한 척 했지만, 정작 내 인생은 아무것도 몰랐다면” : <진작 알았어야 할 일>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결혼 말이에요," 론이 갑자기 말했다. 

"그건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그에 대해 더 할 말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늘 할 말이 더 있죠" 리베카가 말했다.

"망치고 싶지 않은 일이잖아요"  

(43쪽)


뉴욕 맨해튼에서 심리 치료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레이스. 그녀는 부부 생활 상담 전문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왔습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조언을 바탕으로 <진작 알았어야 할 일>(소설 속 책 제목도 책 제목과 같음)이라는 상담 책을 출간하고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죠.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그레이스가 하는 충고는 "애초에 잘못된 남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애써 외면한 여성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듯이 그레이스는 완벽한 가정생활을 꾸리며 살아왔습니다. 하버드 재학 시절 만난 남편 조너선은 의사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모든 역할을 충실했죠. 하지만 소설은 그레이스의 자신만만함과 책 제목이 암시하는대로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어느 날, 아들이 다니던 학교의 한 학부형이 끔찍한 살인을 당하고, 사건 수사 과정에서 그레이스와 그녀의 남편이 휘말리게 됩니다. 



남의 인생에 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과 냉철한 조언이 가능하지만 정작 자기 인생은 그렇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의 그레이스는 바로 그 전형이며,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인은 그 사람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특히 인물간의 대화 속에 숨겨진 심리전은 이 소설만의 백미이며, 평범한 일상 뒤에 도사린 진실의 맨얼굴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줍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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