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 X-tape의 디자이너 이정민,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말하다 2부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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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디자인

mmiinn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정민 디자이너를 만나다

 

 

 

[기발한 아이디어] X-tape의 디자이너 이정민,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말하다 1부 보기 클릭!

 

 

창작활동을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경험이 있나요?

 

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항상 좌절하죠(웃음). 그럴 때 히스토리가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보면 좀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떠한 사물이나 장인(거장)의 다큐멘터리에서 일련의 과정들이 녹아 현재의 결과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힘이 솟아요. 삶의 계절들을 겪으면서 견고해지고 다듬어진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 20~30년 전쯤 발간됐던 디자인 잡지를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 잡지에서 지금은 매우 유명한 디자이너의 풋풋했던 시절 작품들을 보게 된 것이죠. 그 분들의 신진작가로서 활동했던 모습과 작업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에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죠. 그래서 '세월의 힘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구나. 또 그것을 통해서 변화되고 다듬어지는구나'라고 느꼈죠. 매화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났기에 더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삶의 계절이 있는 것 같아요.

 

가슴이 뛴다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사실 요즘 20대 후반에서 30대를 보면 가슴이 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매우 드물어요. 다들 삶이 팍팍하고 직장생활하기 급급하고, 결혼 준비다 뭐다 다들 때에 맞추기 급급하기 때문이죠. 혹시 가슴이 뛰는 비결이 있나요?

 

비결은 잘 모르겠고 철이 덜 들었나 봐요.(웃음) 사회가 그 나이 때에 바라는 상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상에 부합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또 그 기준에 부합시키려 하면 완전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럼 작가님은 어떤 부분이 부합되지 않은 건가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제가 좋아하는 개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죠. 좋게 이야기하면 자아실현이고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상을 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인생은 길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런데 좋아한다는 것이 조금 애매해요. '좋아하는 일'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요?

 

각자 자기 가슴을 뛰게 하는 일들이 있어요. 저는 잠도 많고 게으른 디자이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저와는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잘 졸고 쉽게 피곤해하는 제가 그럴 때는 며칠씩 잠을 못 자도 거기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초인적인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일종의 쾌감이죠.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런 일이 정말 좋아하는 일인 것 같아요.

 

본인의 예술철학이 있다면?

 

질문이 너무 거창한데요?(웃음) 저는 그냥 기분 좋은 작업을 했으면 좋겠고, 그 작업이 누군가가 봤을 때 기분이 좋으면 그만이에요. 저는 순수작가는 아니에요. 순수작가는 디자인보다 자기색깔에 몰입되하는데, 디자인은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예술분야죠. 어떤 작업이 심오한 과정을 거쳤더라도 대중이 봤을 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프랑스 사진작가)의 사진전을 갔는데요, 전시장 분위기가 시끌시끌하더라고요. 가만 보니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거예요. 거리낌없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재미있었어요. 이해가 안가고 난해해도 조용히 침묵하며 지나가는 일반적인 아트전시에서는 낯선 풍경이죠.

 

그래서 어떤 작업의 개념이나 풀어가는 과정은 심각하고 무거울지라도 표현된 방식,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은 쉽게 표현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딱 봤을 때 미소가 지어지는 작업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것을 좋아해요.

 

쉽고 미소가 지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꼭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어서 쉽다기보다, 그 사람의 생각이 위트 있고 재미있거나 그 생각들이 전개된 과정들에 공감이 가는 것들이 있어요. 무언가 작은 것 하나를 건드려서 기능이 되기도 하고, 드러나게 티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하게 디자이너의 생각과 배려가 묻어나는 것이 있어요.

 

본인 작품 중에도 그런 배려가 묻어나는 것이 있나요?

 

글쎄요(웃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제 작품 중에 파티션 형태의(병풍식) 옷걸이가 있어요. 그것은 손님들을 위한 옷걸이에요. 그냥 보면 시각적으로 귀여운 옷걸이인데요, 옷을 걸면 각각의 컷팅 되어 있는 사람 형태의 실루엣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여요.

 

 

 

▲ 이정민 디자이너의 '배려'가 묻어나는 병풍식 옷걸이

 

 

그래서 옷이 걸렸을 때 자연스럽게 그 모임의 이미지를 나타내게 돼요. 만약 젊은 십대들의 모임이었다면 그 옷걸이가 화려해지고 노신사들의 모임이었다면 조금은 보수적인 수트들이 걸려있겠죠. 각각의 피스에 네임택이 있는데 게스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배려로 초대된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선사해주는 것이죠. 그런 배려를 느낀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평소에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그때 그때마다 다른데 최근에는 로베르 델피르란 기획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로베르 델피르는 프랑스의 기획자인데요. 사진기획자이면서 출판, 큐레이터, 아트디렉터, 광고디자이너 등 굉장히 다방면의 활동을 해왔어요. 그 분의 인터뷰를 봤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80세가 넘었는데 20대의 젊은이들의 생각이나 감성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촉촉하다는 느낌, 그리고 계속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그러한 과정들이 자신의 안위나 개인적인 성공에 집중 됐다기보다 현실화 시켜가는 과정 속에 함께’한다는 관계들이 있었고요. 그 분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많아요. 한 사람의 깨어있는 생각과 관점, 그리고 열정은 많은 일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이나 꿈은?

 

당장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작은 것에 충실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모두 알고 있지만 잊고 살 때가 많은 듯 해요. 작은 것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것들이 모여서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 사회의 각계 인사들이 나와 짧은 스피치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사람들은 꿈에 대한 열망은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언가 갈급함을 느끼며 참된 멘토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또 물질적인 재화도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배고픈 디자이너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소외된 계층에게 흘려 보낼 수 있는 재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많든지 적든지 간에요.

 

 

 

 

마지막으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선 자기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하우스 디자이너나 프리랜서 디자이너 중 어디가 좋고 나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정말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누군가가 멋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여서 따라 하면

금방 다치고 금새 포기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편이에요.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었고요. 특히나 갓 졸업했을 때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처음부터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을 꿈꾸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만 추구하다 보면 다른 많은 것들을 놓치기 쉽거든요. 정직하게 부딪히며 가도 되는데 겉만 화려한 것을 좇거나 무언가 쉽게만 갈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면 오히려 결국 힘겹게 돌아서 가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예전에 어린 학생들과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에게 왜 이런 것을? 어떻게 나에게?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데?"라는 생각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때로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에게 주어진 작은 일에서도 배우는 것이 크거든요. 오히려 거칠고 터프한 환경에 노출 됐을 때 본인이 직접 체험하며 자기화 시킬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뒷짐지고 뭔가 쉽게 가려고 하거나, 누군가 힘겨운 과정 속에 만들어낸 결과에 편승하려고 하면 정작 그것의 본질은 지나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옥같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저도 이정민 디자이너님의 말씀 깊이 새겨야겠어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부끄럽네요.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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