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The Day in the Evening>展

[스페이스K] 모호한 경계의 불확실성을 담다

<The Day in the Evening>展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는 2018년 새해 첫 전시로 런던의 신진작가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피비 언윈(Phoebe Unwin)과 톰 워스폴드(Tom Worsfold) 그리고 런던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작가 이진한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낮인지 밤인지 분간 할 수 없는 일몰의 순간을 암시하는 ‘데이 인 이브닝(The Day in the Evening)’이라는 제목 아래 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겠습니다. 


   ■ 전시명 : The day in the evening 데이 인 이브닝展

   ■ 장  소 : 스페이스K_과천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   / 매 주 일요일 휴관

   ■ 기  간 : 2018. 01. 29 ~ 03. 09

   ■ 작  가 : 피비 언윈(Phoebe Unwin), 톰 워스폴드(Tom Worsfold), 이진한




해와 달이 함께 머무르는 어스름한 시간대의 순간을 우리는 낮이라고도 밤이라고도 명하지 않습니다. 일몰의 순간은 그저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 주목 받기도 하지만 낮과 밤의 중간, 풍경이나 사물의 형체는 인식이 되나 자세히는 보이지 않는 불명확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는 낮과 밤의 경계에 걸쳐있는 황혼의 시간과도 같은 이 모호함에 대해 어느 쪽으로 섣불리 편승시키기를 유예하려는 듯 분간 할 수 없는 존재들을 견디고 예민한 감성으로 어루만지는 태도를 일관합니다. 모호한 존재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얼마든지 유동하고 변형되기에 임의적이며, 오늘의 것이 내일도 유효할 것이라는 어떤 절대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데 있어 다중적이기에 지금 여기에 마주하는 존재를 강렬하게 사유합니다. 준거가 되는 틀이 부재하는 모호한 경계의 불확실한 속성을 유희적으로 받아들이며 회화에 녹여냅니다. 


피비 언윈의 작업을 마주하면 몽롱한 흑백 세상에 들어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흑백의 회화는 에어브러시를 이용하여 피그먼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부드럽게 흩날린 피그먼트는 포근함을 극대화 시키며 초점이 맞지 않은 흐린 사진을 연상시킵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모호한 형상은 이내 인물이나 풍경의 형태로 전환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온한 풍경을 만끽하는 신체를 등장시킨 전작들과 더불어 시선의 원근을 둔 창문 밖 건너의 풍경, 아파트 블록 등 어느 도회적 공간을 떠올린 신작들을 선보입니다. 대상이 마음에 부딪히는 순간에 생성됨과 동시에 또 산만하게 흩어지고 마는 감정의 순간적 단면과도 같은 그의 회화는 어떤 시간, 어느 장소에 대한 묘사를 소거하는 불명확한 이미지로 창출합니다. 오랜 기억의 잔상처럼 윤곽을 흐리며 어떤 것으로도 특정되지 않지만 반대로 무엇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양면성을 드러냅니다.


톰 워스폴드는 기억과 상상을 교차시킨 독특한 서사의 회화를 전개합니다. 그는 다양한 회화적 표현법을 가미한 이미지조각들을 화면 위에 감각적으로 병치하며 일상생활의 경험이 파생한 감정의 내러티브를 새롭게 재구성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포함한 최근의 작업은 보다 더 평평한 만화적 형상에 가까워졌으며, 희화적인 어조를 강조했습니다. 런던으로 향하는 교외의 통근열차에서, 저마다 휴대하고 있는 각종전자기기들에서, 현대생활을 압도하고 있는 소비문화에서 등 다채로운 출처의 모티브들은 일견 보잘것없게 여겨지곤 하는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감정의 파편들로 수집하여 즉흥성이나 상상을 가미한 독특한 서사로 재구성됩니다.


그러나 체득된 경험을 상상력과 감정의 이미지로 소화한 그의 회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선형적인 시간성의 전개를 거부합니다. 그는 이 엉성한 이미지파편들을 단정하게 가공하기보다 오히려 무질서하게 엮으면서 감정의 소사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귀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지연시킵니다. 도상들을 단편적으로 갈무리 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난해한 경계에 두고 있는 그의 태도는 단지 대상을 관심 밖으로 도태시키는 태만과는 다른, 순간 순간 외양을 바꾸는 존재의 가치를 풍부하게 고찰하는 유희적 태도입니다.


이진한은 대화를 하고 책을 읽고 대중가요를 듣는 등 일상을 스치는 소소한 순간에서 불현듯 느낀 생경한 감정을 빠른 붓질과 단순한 형상으로 표현해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일상을 지배하는 관념의 틀 속에 익숙해져 있다가도 가끔 마주치는 이질적 감정을 개인의 감성에 관통시킨 자의적 이미지로 재편합니다. 평범한 경험이 촉발한 낯선 감정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소멸되거나 변이되기에 순간적인 붓질을 통한 이미지로 치환하며, 특유의 분절된 이미지가 주지하듯 그의 내러티브는 명료하게 제시되기보다 의미를 지속적으로 미끄러트립니다. 한편 그의 회화에는 발이 자주 등장하는데, 손이 신체 상부에서 타인과 접촉하는 문화적으로 숙련된 것이라면, 신체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발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으로서 여과되지 않은 감정을 매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연인의 사랑과 갈등을 개인의 감정과 대입시켜 보여줍니다. 무엇에 구애되지 않은 개인의 직관을 적극적으로 발동시켜 구현하는 그에게 생성과 소멸이 연속되는 감정은 그대로 흘려보낼 진부한 것이 아닌 색다른 감각으로 다시금 번역될 수 있는 주관적 이미지입니다. 


'데이 인 이브닝'이 암시하는 황혼은 빛과 어둠, 낮과 밤이라는 양립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 두루 고찰하게 하는 창조적인 시간으로서 세 작가들의 주제를 가로지릅니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의 회화라는 창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존재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의미를 발생시키는, 그리고 의미의 미완이 허용되는 보다 넓은 장으로서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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